꿈공장과 코르셋...<코코샤넬/Coco avant Chanel> 영화소개와평론

"Proud people breed sad sorrows for themselves..."


니체의 구절같다. 코코의 남편 아서 카펠(알렉산드르 니볼라)가 그랬다. 영화에서 이 부분은 구조의 변화가 일어나는 복선같다. 곧 아서는 죽고, 코코는 예정된 운명을 살았다. 인물자료는 그녀가 1971년까지 산 것으로 돼있다. 87년을 산 패션계의 대모 가브리엘 샤넬의 인생전반부를 다룬 영화다. 제목인 코코 샤넬은 그녀의 예명이며, 진짜이름은 가브리엘이다. 그녀는 혼인한 여성은 성이 바뀌는 서양관습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성을 지켰다. 영화제목이 계속 눈에 밟히는 이유다.

Gabrielle Bonheur Chanel
Coco avant Chanel
Coco Before Chanel

김춘수 시인의 꽃에서는 내가 그/그녀의 이름을 불러불 때 그/그녀는 의미있는 존재가 됐다고 했다. 이름에는 뭔가 심오한 것이 담겨있다고 생각했다. 서양에서는 일반적으로 성을 부른다. 이름을 부를 때는 개별적인 존재가 되는 모양이다. 그런 맥락에서 이 영화의 제목은 쫌 독특하다. 샤넬(성) 앞에 코코가 있었다?

보통 텍스트에서 이름에 집착하는 존재는 많은 경우에 발견된다. 그런 맥락에서라면 코코는 가브리엘에 집착했어야 하고 샤넬은 거부했어야 한다. 그런데 영화와 그녀의 삶이 증명하는 것은 정반대다. 그녀는 (수치스러운)예명 + (자신을 버린)가문이름으로 더 유명해졌다. 이름엔 철학이 담겼다. 현상하는 것은 본질의 반대다? 현상하는 것은 본질그대로다!

1)
손바뀐 코코에게 아서는 책을 한 권 권했다. 자막엔 "Philosopy of Misery"라고 적혀있다. 유명한 프루동의 책제목이며, 미루어 짐작하건데 남편 아서카펠은 사회주의자였던 것 같다. 이런 책은 그때라면 사회주의자나 읽었을 것이며, 그때는 유럽에서 사회주의가 맹위를 떨쳤던 때다. 반면, 다른 애인 발싼은 농장을 가지고 있는 탄광업자다. 이런 것은 축복이라고 해야한다. 그런데, 재밌는 대사가 등장했었다.

"Exceptional future awaits you"
"Stop filling her head with ideas"

첫 대사는 아서의 것이고, 둘째 대사는 발싼의 것이다. 영화의 내러티브는 쫌 이상했다. 첫 대사를 한 아서는 코코에게 혁신적인 생각들을 불어넣었고, 코코의 사업을 위한 종잣돈을 댔으며 코코의 영원한 사랑이지만 요절했다. 반면에, 발싼은 코코를 프랑스 사교계에 데뷔시켜줬고 그녀와 평생? 관계를 했지만 쫌 끈쩍끈적한 인물로 그려졌다.

흔히 말하는 것에, 섹슈얼리티라는게 있다. 아마 그 점에서 아서는 훨씬 매력적인 인물이다. 더 젊고 미남이며 옷 잘 입고 당대 지성계의 유행인 사회주의자다. 여성에게 훨씬 배려적이며 또한 코코의 평생을 위한 사상과 현금의 제공자였다. 더욱 매력적인 것은 일찍 요절조차 했다는 것이다. 많은 자료는 코코가 평생 아서를 기렸으며 그 흔적은 코코 의상에 블랙(상복)으로조차 남아있다.

현실세계는 아이러니를 항상 남긴다. 영화에서 그렸듯이 코코와 평생을 함께한 관계는 발싼이였다. 어찌보면 속물같은 이 사람! 최초에 코코에게 다가갈 때 발싼이 요구한 관계는 정부(mistress)였다. 자본주의에서의 남녀관계는 그게 배우자가 됐건, 정부가 됐건 본질적으로 차이가 없다는 시각이 있다. 영화에서 코코가 이런 것을 자각한 것으로 돼 있고 그것의 핵심을 '일'이라는 것, 경제적 자립으로 이해했다.

코코의 행운은 그런 것에 대해서 지지후원자가 존재했다는 점이다. 고아원 출신의 재능있는 그녀에게 아서와 발싼은 서로 다른 스타일로 접근했다. 첫 남자인 발싼은 어쩌면 코코의 평생을 보장했을 수 있었다. 훨씬 연상인 그에게 집착했다면 발싼은 자신의 재력을 사후에 유증과 같은 형식으로 남겼을지 모른다. 영화에서는 코코가 그걸 견딜 수 없었던 조건으로 타락한 유산계급/유한계급의 단면들을 보여준다.

아서는 쫌더 헌신적인 인물로 마치 모든 여성의 로망과도 같은 인물이다. 그러나, 이게 더더욱 비현실적인 점은 코코의 인생을 너무 드라마틱하게 재현시켜놓은 점이다. 아주 외부적인 조력이 많았고, 그걸 끌어들인 이유로 코코의 천부적이며 비범한 능력이 있었다. 마치 예정된 운명의 길을 가는 듯한 이러한 구조는 여성로망에 대한 대리만족구조는 형성하지만 영화를 쫌 유치하게 만드는 것들였다.  

2)
페미니즘(Feminism)이라는 것이 있다. 있었다. 그리고 몇몇 기괴하고 메쓰꺼운 단어들이 등장했다.

Chastity belt
Corset
Geisha
Clitoris제거
Witch hunt
Droit du seigneur
纏足

이 단어들은 여기저기 다른 문헌들에서 꽤 빈번히 등장하는 단어들이다. 이 영화에도 이 중 몇몇이 등장했다. 특히 코르셋은 꽤 중요한 영화의 테마였다. 하여튼.... 인터넷을 검색하다 마주친 '표현'들엔 이런 것들도 있었다.

1)"하지만 실제 이러한 사실이 있었는지를 뒷받침할 만한 역사적 증거는 거의 없다"
2)"잠깐 이 관습이 존재했을 가능성은 있으나 다른 곳에서는 전혀 존재하지 않았던 것이 분명하다"
3)"금지령이 내려졌으나 잘 지켜지지 않다가, 청대 말기에 민간에서 폐지운동이 일어나 지금은 완전히 사라졌다. 소수민족과 한족(漢族)의 일부에서는 행해지지 않았다"
4)"제도화된 관습의 형태로 시작된 것이라기보다는 민간전승의 형태로 출발했을 가능성이 높다. 기록을 남길 수 없었던 시대에서부터 전수되어져 왔을 것이다"

이것들은 사실 '부담스러운 지식'정도로 치부하겠다. 진보적 토대가 자리를 잡기 시작한 대학에서 알게된 지식들이지만, 주류 지식으로 보였던 이것들에 이제는 수정주의적 해석조차 등장한 모양이다...時代無感...

영화에서는 '코르셋'을 자꾸 테마로 부각시키려 했다. 영화의 로직을 쫓아가면 코코의 최대업적은 '코르셋'의 파괴에 이르른다. 그런 얘기를 어디선가 보고들은 적이 있으니 맞다고 해야겠지만 '비판적 사고'라는 것은 이것조차 용납하지 못한다. 어쩌면 이 정도는 이미 많이 알려진 지식이자 정보다. 

앞 1)에서 쓴 것과 더불어 코르셋에 관한 것은 뭔가 '정형화된 것으로서의 지식들'에 기반을 두고 있다. 그런 사실들이 독해되면서 이 영화에서 거리를 두기로 결심했다. 영화는 "꿈공장"의 상품이라고 가정할 때 영화가 어떤 입장을 가지던(설혹 진보적이라도) 그것은 뭔가 메세지를 보내는 매체이며, 내가 깨달았다고 믿는 그것조차 사실은 우리에게 주입(brainwashing)된 것이다.

그리고 그런 정형화시키는 가공과정을 생각한다면 그 '지식적 사실'조차 이미 가공되고 상품화된 것들이다... 우리가 문화가 좋아서 경험하면서 다양한 문화상품을 소비하는 것은 거의 피할 수 없는 과정이다. 그래도 자신이 소비하는 것이 환영이 아니며 실체가 명확한 그 무엇임을 알고 소비한다면 금상첨화일 것이다.  
 

"매체라는 말은 어떠한 메시지를 전달하는 중간자라는 의미일 것이다. 그렇다면 매체로서의 영화가 우리에게 전달하는 메시지는 무엇일까. 또 한가지, 우리는 너무나 쉽게 영화가 전달하는 메시지를 그대로 받아들여 오며 살아온 것은 아닐까. 어느 매체에나 그 매체를 비롯한 그 시대를 지배하는 이데올로기의 의도가 담겨 있기 마련. 그것을 발견하는 것은 바로 영화 보는 사람, 바로 당신의 몫이다 (매체로서의영화-꿈공장의에데올로기비판中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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