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이론은 회색빛, 영원한 것은 저 황금빛의 과실 --자화상


아침에 일어나서 시간이 한참 지날 때까지 엄마한테 아까 오후에 아르바이트를 간다는 사실을 말하지 않았다. 보통은 엄마한테 하루 전쯤 아르바이트를 가는 자랑을 하는데 때가 때니 만큼 엄마가 어떻게 생각할지를 몰라 의식에서 차폐되어 까맣게 잊어먹고 있었다. 한두 시간 전에 엄마한테 통보하듯 아르바이트를 가니 밥 차려달라고 퉁명스럽게 말하자 엄마는 조금 놀라워하는 눈치이었다. 코로나 정국 중에 더군다나 내일이 투료일인데 일자리를 구한 것이 대견스러운 모양이다. 엄마는 보통 아들에게 봉건제의 유상을 뜻한다고 어느 책에 쓰이어있다. 분석심리학에서는 아버지는 아들이 역투사를 하는 사회진보의 심볼이라면 엄마는 거기에 반한 과거사회나 당대 현실을 가리키므로 자본주의적 유상이라고 볼 수조차 있다. 그러므로 아들이 아버지와 권력투쟁을 하는 것은 엄마와 권력투쟁을 하는 것과 서로 상이하다. 정신분석학의 층위에서 아들과 부모관계는 대단히 중요한 초기 사회의 지층을 이룬다고 말할 수 있겠다. 아르바이트로 가는 길 지하철 안에서는 마스크를 꼭 써야한다는 사실을 잊지 않아야했다. 마스크를 안 쓴 사람이 한 명도 없거니와 폐쇄된 그 공간 안에서의 권력투쟁의 성격을 마스크는 잘 규정한다. 역에서 내려 잘 다녔던 관공서의 퍼스널 컴퓨터를 찾았다. 수십 장까지 무료로 출력이 가능한지라 그간 가끔씩 인터넷의 바다에 떠도는 논문 중 일부를 갈 때마다 한 개씩 출력을 받았었다. 트로츠키의 예상되는 논문이 한 개 있었는데 이미 인터넷 코너를 없앤 후이었다. 그동안 한 몇 년 잘 써먹었는데 공사 중이라서 한동안 잠정적으로 폐쇄한다고 설명을 받았다. 다음에 또 들르기로 하고 일하는 장소로 갔다. 시간이 꽤 남아서 근처에서 뭘 먹기로 했다. 라면을 먹고 나와서 컵라면을 또 사먹기는 뭐해서 일 더하기 일 음료로 청포도와 아오리 맛의 탄산음료를 골랐다. 원래 잘 가던 슈퍼도 마침 문을 닫았고 또 다른 가게가 생긴 참이라서 편의점을 이용한 후 그 앞에서 책을 조금 보았다. 정신의학 사건을 다룬 르포르타주로서 매우 객관적인 서술이 눈길을 모은다. 일하는 장소로 가서 신원확인과 출석체크를 한 후 책을 읽기는 책의 겉에 따라 조금 뭐해서 그냥 쉬면서 앉아있었다. 직원들 간의 대화와 행동을 조금 관찰해서 성차와 서열에 따라서 권력투쟁의 모습을 조금 목격했는데 어설퍼서 조금 실소가 나왔다. 지시사항을 듣고 일하는 장소에서 한참 대상을 감각으로 파지하면서 조심스레 평가를 했다. 객관식이 대부분이었고 주관식이 조금 나와서 감각으로 파지한 그대로 작성하였다. 처음에 받은 시약과 자기조견표를 어떻게 사용하는가를 설명하여 내년부터는 돈을 내는데 요번에는 무료라는 점을 여러 차례 강조하였다. 기술적인 측면에 매우 관심이 생기어 돈을 받고 어서 집에서 사용해볼 생각으로 가슴이 설레었다. 귀가하는 지하철 안 올 때 봤던 기묘한 아이들은 보이지 않았고 대신 귀대 중인 군인들이 여럿 보이었다. 올 때 봤던 기묘한 아이들은 예사로 공개적인 장소에서 속살을 드러내놓고 더듬으며 애무를 하고 키스를 하여서 까만 밑창이 불룩하게 얼룩 치마 사이로 펄럭이었다. 태극기가 바람에 펄렁입니다. 우산 셋이 걸어가는데 찢어진 우산입니다. 동네의 역내 점포에는 돼지감자로 만든 감자 과자가 아주 싸게 있어서 봐두었는데 돈이 있어 그냥 사버리었다. 맛이나 구감을 비롯해 염장 같은 기술적 측면이 일에서 배운 관성 탓에 무척 강하게 호기심이 일으키었다. 무엇보다 그램 수에 비하여 연성이며 값이 터무니없었고 중소업자들이 메이저 식품 재벌을 깨놓는 그 날이 곧 올 것 같았다. 내 방에서 바보 사회학자들이 해놓은 후진적 행태를 조금 고찰하였는데 참 한심하였다. 야밤이 되어서 대문 앞에 쪼그리어 담배를 피우는데 저편으로 어떤 사람이 오더니 내가 있는 줄 모르고 등을 돌리고 오줌을 쌌다. 하도 한심해서 계속 하는 행동을 뒤에서 지켜보다가 다 그치었기에 뒤통수에 몇 마디를 쏘아주었더니 창피해서 뒤도 못 돌아가고 도망가버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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